처음에는 다크 나이트에 대한 리뷰를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왜 꼭 그럴려고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오늘 다음을 돌다가 어떤 사람이 다크 나이트에 대해서 비평을 써놓은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 쓰게 되었다. 그 글의 댓글에는 글쓴이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중에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개연성이 부족하다 것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변모하는 과정이라던가 두 배의 사람들 중 아무도 폭탄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비 덴트의 경우 부패한 두 경찰과 마지막엔 제임스 고든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아부으며 투페이스가 된다. 영화에서는 확실히 주인공이 배트맨이었고 두 번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조커였기 때문에 하비 덴트의 분량은 앞의 둘에 비해선 적었다. 하비 덴트가 겪은 좌절, 절망 이런 것이 나타난 것이 제임스 고든이 면회갔을 때와 조커가 그를 찾아갔을 때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화만을 보고 생각하면 하비 덴트가 변한 것이 갑작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충분히 그가 변할 만하지 않을까? 그는 법을 지키고자 한 검사로서 법으로써 범죄자들을 처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법을 집행해야하는 경찰들에 의해 무너졌고 제일 소중했던 애인을 잃었다. 그는 제임스 고든을 공격하면서 여러차례 반복해 말했다. 당신 아래 있는 경찰들을 믿을 수 없다. 부패한 경찰들을 해결하라. 그런데도 제임스 고든을 그 모든 경고와 요구를 무시했다. 제임스 고든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지만 피해자가 되어버린 하비 덴트에게는 이미 분노에 차있어 그런 것을 고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제임스 고든에게 직접적으로 경고를 했던 사람으로 그가 보기엔 이 모든 책임이 마지막엔 청장이 되기까지한 제임스 고든에게 있어보였던 것이다. 이런 그가 두 경찰을 직접 살해하고 제임스 고든에게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돌려주려고 했던 것이 그렇게 개연성이 없을까?
두 번째로 두 배의 사람들이 아무도 푹탄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쎄, 범죄자들이 배에서 난동을 심하게 부리지 않은 것은 좀 부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범죄자들에 수에 비해 총을 든 경찰들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총 맞아 죽고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들은 아직 아무도 총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반항을 그리 심하게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무릇 군중 심리란 우선 누가 시작을 해야 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있었던 배에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고담시의 특성상 범죄가 가깝게 느껴졌을 지언정 자기 손으로 저지르진 않았던 사람들이다. 투표에서는 확실히 누르자는 표가 많았다. 그것은 다른 사람도 하기에 할 수 있었던 평범한 행동일 뿐이다. 하지만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오직 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다. 더구나 범죄자들이 탄 배에는 범죄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을 소수의 희생이라고 치부하기엔 일반 시민들이 감당할 목숨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개인적으로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닌, 범죄자가 아닌 사람도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을까?
첫 번째 것은 몰라도 두 번째 것에는 논쟁에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영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두 번째 문제를 굳이 따질 필요가 있나 싶다. 배트맨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직 고담시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고담시의 사람들이 몸소 증명해냈을 뿐이다. 배트맨의 기대를 사람들이 무너뜨렸다면 이 영화는 결코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조커가 이긴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고담시에 희망이 있다고 믿었듯 고담시의 사람들도 하비 덴트를 보면서 희망을 품었고 그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나는 영화를 볼 당시 위의 두 문제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보기엔 너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보다도 레이첼 도스의 행동이 제일 거슬렸다. 브루스 웨인에게 돌아서는 듯 하다가 하비 덴트에게 가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작 실제로 레이첼 도스에게 거절당한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가 거절당했고 생각해 그를 불쌍히 여기게 되어버렸다. 뭔가 이게! 레이첼 도스의 마지막 선택에 대하여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든 간에 브루스 웨인이 비참하게 되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에 브루스 웨인이 하비 덴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브루스 웨인이 불쌍해지던지, 레이첼 도스가 잘 죽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크리스챤 베일과 배트맨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인 나이기에 가능한 생각이 되겠다.)
어쨌든 배트맨을 보는 내내 크리스챤 베일의 배트맨이 얼마나 멋지던지 영화관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꺅꺅- 거리고 싶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영화관에서는 간신히 참고 집에 돌아와 다크 나이트는 아직 볼 수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배트맨 비긴즈를 보면서 꺅꺅- 거렸다.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다행이지 누가 있었으면 시끄럽다고 뭐라했을 것이고 미친 여자를 보듯 했을 것이다. 크리스챤 베일은 이퀼리브리엄을 보면서 알게된 배우인데 그 때를 시작으로 배트맨 비긴즈를 보면서 그 애정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크 나이트가 나오면서 완전 내 마음에 쐐기를 박으셨다!!! 무려 나의 조니 뎁에 대한 애정도를 따라잡을 정도이시니 말 다한 것이다. 이퀼리브리엄 때도 그랬지만 크리스챤 베일은 참 고뇌를 잘 표현하는 배우인 것 같다. 고민에 찬 표정이 매우 매력적인 배우기도 하다. 웃는 것도 참 좋다. 결론은 크리스챤 베일의 모든 것이 다 좋다- 뭐, 이런 것이 되겠다. 배트맨의 개그 중 명대사를 뽑아보자면 "I don't wear hockey pants." ㅋㅋㅋ 자기네들은 왜 배트맨이 될 수 없냐는 짝퉁 배트맨들의 물음에 브루스 웨인이 쌈박하게 날려준 대사다. 당근이지. 배트맨은 그렇게 폼 안나는 것은 안입어요!
이번 편의 또 한 명의 주인공(심지어 배트맨을 눌렀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배트맨을 애지중지 하는 나로서는 절대 용납 못함!)이었던 히스 레져의 조커! 이 사람의 명대사를 꼽자면 단연 "I'm gonna make this pencil disappear."가 되시겠다. smi~le이 포함된 문장을 꼽으시는 분도 많지만 나는 개그를 좋아하므로 전자를 선택했다. 과연 그는 연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의 머리를 이용해 연필 꼭지도 안보이게 책상에 박아버림으로써 상대들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마술을 성공시켰다. 1석 2조랄까. 곳곳의 조커의 대사를 보면 조커 답게 조-크를 알고있는 꽤나 개그캐릭터다.
배트맨의 즐거움 중의 또 하나는 모건 프리먼의 루시우스 폭스와 마이클 케인의 알프레드를 보면서였다. 은근 개그는 이 두 사람과 크리스챤 베일의 브루스 웨인의 대화가 주를 이루었으니 저 둘을 보는 나의 시선은 애정으로 그득그득하다. (가득이 아니다. 그득이다.) 튀지 않겠다는 브루스 웨인에게 람보르기니를 추천하는 알프레드라니!!! 그대의 센스는 가히 신적이요! 저 대사는 정말 명대사가 아닌가! 더불어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를 결심할 당시 모든 것을 알프레드가 시켰다고 떠넘기겠다고 할 때는 정말 이 님들의 훈훈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수트를 좀 고쳐달라고 루시우스 폭스를 찾아갔을 때도 정말 재밌었다. 적어도 목은 돌아가겠지요- 라니!!(이 때 새삼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수트를 입으면 목을 좌우로 잘 못돌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센스쟁이들*-_-* 또한 루시우스 폭스가 배트맨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돈 뜯으러 온 인간에게 오히려 협박하는 그 장면은 아주 통쾌했다. 범법 행위도 마다 하지 않는 배트맨을 상대로 돈을 뜯겠다고? 아예 그 이름 모를 고담시에 있는 강에 투신자살을 하지 그랬니!
결론적으로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 비긴즈를 매우 재밌게 본 나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다. 마지막에 영웅이 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배트맨은 정말 멋졌다. 아무도 몰라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의 모습은 다크 나이트임에도 빛이 나 보였다. 이제 그는 고담시의 미움을 받겠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제임스 고든의 가족은 모든 것을 알고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하비 덴트가 인질로 삼았던 첫째(?) 아들. 커서 무슨 일을 해줄지 매우 기대하고있다.(좀 곁가지로 빠지는 느낌도 들지만, 괜히 이 아들내미도 내 마음에 꽤 들었다.)
뭐, 위에는 주저리주저리 많이 써놨지만 최종 결론은 간단하다.
배트맨 만쉐이~ 크리스챤 베일 만쉐이~
멋지다!!!! 싸랑해요~ >_</
제발 빨리 다음 시리즈를 나에게!!